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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5 23:38 THINK/Thinkawhile
  선거 국면이고 형세도 불리하고 하니까, 정치공학적인 글 하나 써보자.

1. 에이즈 시약과 조건부 확률

  한 과학자가 99%의 정확도를 가진 에이즈 테스트 시약을 개발했다. 그는 시약을 가지고 나가서 거리에서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바로 에이즈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양성. 그렇다면 그 사람이 실제로 에이즈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얼마인가?

  99%?

  아니다. 그 확률은 전체 인구에서 실제로 에이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훨씬 더 낮아진다.

  예를 들어, 전체 인구에서 에이즈 보유자의 비율이 1000명 중 한 명, 즉 1/1000이라고 가정해보자. 인구 100,000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테스트를 했을 경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양성 반응
 음성 반응
 에이즈 보유자 (A)
100명 X 99% = 99명

 (B)
100명 X 1% = 1명

 에이즈 미보유자 (C)
99,900명 X 1% = 999명

(D)
99,900명 X 99% = 98,901명


  10만명을 테스트 했을 경우 양성 반응이 나오는 사람은 모두 1,098명(A+C)이다.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에이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99명(A)뿐이다. 따라서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 그 사람이 실제로 에이즈 보유자일 확률은 99%가 아니라 99/1098(A/A+C), 즉 9%에 불과하다. 반대로 시약 테스트의 오류로 에이즈가 없음에도 양성 반응이 나올 확률은 91%에 다다른다.

  시약의 정확도는 99%인데, 어떻게 그 시약으로 양성 반응 나온 사람이 실제 에이즈 보유자일 확률은 9%에 불과한가?

  그것은 "양성 반응 나온 사람이 실제 에이즈 보유자일 확률"이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부 확률이란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을 조건 혹은 전제로 한 확률이라는 말이다. 100,000명 중 시약이 에이즈 보유 여부를 제대로 판명한 사람은 99,000명(A+D)으로 99%의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조건부 확률은 오로지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작은 정확도를 가지게 된다.

  자꾸 숫자가 나와서 머리가 아플 수 있으므로 조금 시각을 바꿔서 설명해보자. 양성 반응이 나온 원인은 둘 중 하나다: 1) 에이즈 보유자이기 때문, 2) 시약 테스트에서 오류가 났기 때문. 양성 반응이라는 결과를 놓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과 2)중에 어느 설명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시약의 정확도가 99%이기 때문에 2)일 확률은 충분히 낮은 확률이지만, 1)일 확률은 훨씬 더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약 테스트 오류의 가능성이 훨씬 높게 나온다.

  위 문제를 풀어봐서 알겠듯이, 조건부 확률은 매우 착각하기 쉬운 개념이다. 그건 인간이 원인을 근거로 결과를 예측하는 데 익숙한 반면에, 결과를 근거로 원인을 추정하는 데 취약한 사고과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건부 확률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많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본인은 천안함 사건에 있어 야당과 많은 야당 지지자들이 조건부 확률의 늪에 빠졌다고 본다.


2. 천안함과 조건부 확률

  몇몇 야당 인사들과 상당수의 야당 지지자들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건 어뢰 공격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의문들이다. 제기되는 대표적인 의문으로 물기둥이 없었다, 물고기 떼죽음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상자가 없다, 당시 서해에서는 한미합동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것 등이 있다. 뭐, 다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다.

  보자. 이미 제기된 의문들을 포함하여 북한 잠수정이 내려와서 함정을 두 쪽내고 흔적도 없이 되돌아갔다는 상황 자체는 상당히 일어날 가능성이 낮고 믿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천안함이 북한 어뢰로 침몰되지 않았다"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 이미 천안함은 침몰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확률은 "북한 잠수정이 내려와서 함정을 두 쪽내고 흔적도 없이 되돌아갈 확률"이 아니라, "함정이 침몰했을 경우, 그 원인이 북한의 공격일 확률"이다.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에이즈 시약의 예로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에이즈 시약이 오류를 낼 확률은 1%에 불과하지만, 양성 반응이 나왔을 경우에 그게 오류일 확률은 91%다. 마찬가지로 "북한 잠수정이 내려와서 함정을 두 쪽내고 흔적도 없이 되돌아갈 확률"은 그런 시나리오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낮지만, "함정이 침몰했을 경우, 그 원인이 북한의 공격일 확률"은 꽤나 높다. 그리고 그 높은 정도는 침몰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가에 달려있다. 즉, 어뢰설의 가능성은 그 자체의 확률이 아니라 다른 가능한 원인과의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상당수의 사람들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 어렵다는 사실만 고려함으로써 어뢰설을 공공연히 소설에 가까운 시나리오로 규정해왔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이들은, 조건부 확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조단은 어뢰설을 뒷받침 할 만한 나름대로의 물증을 제시했다. 물론 여전히 의문들은 남아 있고, '1번'글씨 드립이 코믹하기는 하지만, 다른 가능성있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좌초설에 비해 어뢰설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어뢰설에 가장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던 스웨덴 조사단이 이번 증거를 보고 어뢰설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이 지점에서 천안함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3. 천안함의 딜레마

  가카는 천안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로 아주 제대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5월 20일 합조단 조사 발표와 생뚱맞게 전쟁기념관에서 발표한 24일 가카의 대국민 담화로 23일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샌드위치 시킨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문제는 조건부 확률의 함정에 빠졌었기 때문에 야당의 스탠스가 상당히 어정쩡해졌다는 점이다. 지금와서 어뢰설을 선뜻 인정하자니 그 동안 어뢰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게 우습게 되어버리고, 선거 국면에서 가카와 보조를 맞추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어뢰설을 계속 부정하고 의혹을 제기하자니 어뢰설의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 부담스럽고, 어뢰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표를 잃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고작 한다는 얘기가, "어뢰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의혹은 있고, 만약 맞으면 가카 책임이다" 정도다. 그래서 어뢰라는 건지 좌초라는 건지 가카 책임이라는 건지 북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건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야당이 천안함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선거는 1주일 밖에 안 남았고, 천안함에 휩쓸린 수도권에서는 다른 이슈들이 힘도 못 써본 채 여당 후보와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신중한 접근을 취했어야 했다. 정부의 대응방식이나 정보공개에 대해 비판하면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어뢰설의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재빨리 입장을 정리하여 북한에 1차적인 책임을 묻는 동시에 위험이 상존하는 군사분쟁지역에서 멍청하게 당하고 범인 흔적도 못 찾은 가카의 무능함을 물었어야 했다. 또한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가카의 개념없는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야당만의 명확한 대북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기엔 조건부 확률의 함정에 너무 깊게 빠졌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렇게 늦지 않았다. 야당은 일단 선거의 최고 쟁점으로 떠올라 버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계속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면 가카의 북풍놀이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놀아날 수 밖에 없다. 1)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산뜻하게 인정하고, 2) 1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청하며, 3) 동시에 가카의 안보무능을 날카롭게 후벼파야 한다. 요즘에 3)번만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기미가 보이는데, 그런 대응은 국민들에게 안보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늦었지만, 1), 2)번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3)번에 돌입하는 게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고 카운터 어택을 날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불편하다고 어물쩡 넘어가기엔 너무 선거가 코 앞이다.

ps) 추가: 방금 북한이 가카랑은 다시는 대화 안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0년간의 모든 노력과 돈과 시간과 신뢰가 한 순간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파탄적 대북관계"라는 키워드로 민주-진보세력의 결집을 시도할 수 있는 선거 전 마지막 이슈다.

- 그렇지만 주업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http://www.scatterbrain.co.kr)인 로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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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그스
2010/05/05 19:02 THINK/What the F*ck?
  정두언 학생. 선생님은 얼마전에 정두언 학생이 "전교조 가입률 높을수록 수능성적 저하" (기사 링크) 라는 주장을 하는 걸 들었어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학생처럼 초중고, 학사석사박사까지 따도 기본적인 통계적 지식조차 습득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는 바에요. 하지만 정두언 학생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다 못 배운 탓이죠. 오히려 선생님이 미안해요. 그래서 선생님이 돈 한 푼 안 받고 정두언 학생의 주장에 대해서 첨삭을 해주겠어요. 비록 개떡같은 주장이긴 하지만 선생님으로써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공짜로 해주는 거니까 잘 따라오도록 해요.

  학생은 "전교조 가입률 높을수록 수능성적 저하"라는 주장을 하는 근거랍시고 다음과 같은 표 하나를 제시했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심플한 표를 내놓은 학생의 무식함을 약 24분간 비웃다가, 다시 선생님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약 24분간 통곡을 했어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학생의 표정이 눈 앞에 선하네요. 다 선생님 탓이에요. 선생님이 학생 수준에 맞춰서 설명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학생은 일단 기본이 안됐어요. 평소에도 그런 얘기 많이 듣죠? 근데 이건 정말 기본이 안됐어요. 이걸 지금 통계적 근거라고 내놓은 건가요? 학생. 표본 오차는 어디갔나요? 통계값이 유의미한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신뢰도 값은 어디갔나요? 학생이 이런 식으로 표를 만들어 놓으면 선생님은 당황할 수 밖에 없어요. 선생님은 학생이 실수로 그걸 빼먹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도 학생은 박사까지 했잖아요. 석사논문, 박사논문 써봤을 거 아니에요. 그쵸?

  학생, 통제집단은 어디 갔나요? 전교조 비율만 딱 내놓으면 되나요? 전교조 때문이라고 주장을 하려면 다른 교원집단 비율에 따른 성적 차이도 보여줘야죠. 다른 교원집단에 비해 전교조 가입비율이 특히 더 학업성적에 영향을 크게 미쳐야 비교가 될 거 아니에요. 비교할 통제집단이 있어야 한다는 건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거잖아요. 학생 진짜 왜 이래요.

  학생 혹시 변인 통제는 했나요? 그냥 비율로 딱 내놓고 신뢰도 따위는 개무시 한 걸 보니까 그런 건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차피 뭔 말인지 모를테니까 진정하고 쉽게 설명해줄게요. 학생이 주장하고 싶은 건 '전교조 가입 선생님 비율 (+) -> 학업 성적 (-)'이잖아요. 근데 학업 성적에는 전교조 가입 선생님 비율 뿐만 아니라 수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주겠죠? 학교의 위치나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중요한 요인일 거에요. 근데 다른 원인을 통제 안하고 이런 결과를 내 놓으면, 전교조 가입 선생님 비율이 진짜 학업 성적을 하락시키는지 알 수가 없어요. 지역의 경제적 수준 원인이 학업 성적 상승과 전교조 가입 비율 하락이라는 두 변수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잖아요. 학생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림으로 보여줄게요.


  이렇게 되면 전교조 가입 비율이 실제로는 학생의 학업성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표가 나올 수 있죠. 그러니까 학생이 원인 결과를 주장하고 싶으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인들을 통제해줘야 해요. 근데 학생은 그렇게 하지 않았죠. 괜찮아요. 무식은 죄가 아니에요. 이번에 잘 배우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선생님은 학생이 왜 하필 5%미만 40%이상으로 나눠서 비율을 조사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냥 전교조 가입 비율과 학업성적, 그리고 여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넣고 회귀분석(regression)을 하면 상관계수가 딱 나오고 편하잖아요. 그런데 굳이 저런 방식으로 표를 만든 걸 보니, 혹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학생?

  박사학위까지 있는 학생이 이런 무식한 행동을 한 원인을 두가지로 측정해 볼 수 있겠어요.
 
1) 정말 몰라서. 이러면 선생님은 정말 슬퍼요. 동시에 무서워요. 학생은 국회의원이니까 입법활동을 하고, 가카랑도 친하니까 같이 쿵짝쿵짝 정책을 만들고 할텐데, 이런 식으로 통계를 이해하고 법을 만들거 아니네요. 그럼 선생님 진짜 무서워져요. 만약 그렇다면 선생님이랑 통계공부 끝날 때까지 법을 만든다거나 정책을 짜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우리 약속해요. 선무당이 사람잡고, 선국회의원이 나라잡아요.

2) 정치적 의도. 이래도 선생님은 정말 슬퍼요. 동시에 무서워요. 학생이 이게 개떡같은 통계라는 걸 알고도 전교조를 욕보이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런 주장을 했다면, 선생님은 할 말이 없어요. 결론은 이미 꼴리는대로 정해놓고, 근거는 짜맞춘다는 얘기잖아요. 학생한테 잘못걸리면 조또 없다는 말이잖아요. 선생님은 한국의 국회의원이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아요.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

  다시 말해서, 학생은 멍청한 넘이거나 나쁜 넘이거나 둘 중 하나에요. 이건 선생님도 어느 쪽이 더 나은 결론이 모르겠네요. 숙제로 내줄테니까 고민해보세요, 정두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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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그스
2010/04/13 17:20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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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악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그걸 실행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뉴욕에 갔다오게 된 경험때문이었다. 뉴욕에서 수많은 공연을 보고 수많은 브루클린/맨하탄의 인디/메인스트림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그 결과물을 어디엔가 쓰고 싶었다. 문제는 그럴만한 매체가 없다는 것. 핫 뮤직을 마지막으로 한국의 음악잡지는 이미 종적을 감추었고, 운영되고 있는 몇몇의 음악웹진들도 그닥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냥 하나 만들자.'

뭐, 딱히 감동적일 것 없는 음악웹진/커뮤니티 스캐터브레인의 탄생 스토리다. 그보다 중요한 건, 스캐터브레인은 어떤 음악웹진이 되고자 하는가, 이다.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스캐터브레인이 뭐가 되고 싶은지 목표를 정해두고, 선언하고 싶었다. 딴 이유 없다. 순전히 중간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1. 오픈 웹진, 스캐터브레인

지금 존재하는 음악웹진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업데이트가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안되니까. 사실 핫 뮤직도 그래서 망한거지 뭐 딴 거 있나. 생계의 부담을 떠안고 계시는 1세대 음악평론가들로서는 돈 안되는 음악웹진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렵고, 그럼 당연히 웹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스캐터브레인은 '오픈 웹진'으로 간다. 오픈 웹진이 뭐냐? 꼭 평론가가 아니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는 웹진이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단지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다. 웹7.0 시대를 예견하는 25세기적 혁신이라고 아니 칭할 수 없다.

하지만 위키처럼 완전 오픈으로 가면 퀄리티 컨트롤이 안되고 역러쉬를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컨트롤은 한다. 필진 신청을 받고, 처음에는 Open Writer로 글을 검토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어느 정도 지나서 신뢰가 쌓이면 바로 Official Writer로서 바로 글을 메인에 떡하니 올릴 수 있다. "Anyone Can Play Guitar"가 아니라 "Anyone Can Write About Music"이다. (자세한 사항은 "필진이 되고 싶다면?" 과 "필진 소개" 페이지를 참고하시라.) 모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떠들어라.

2. 음악커뮤니티, 스캐터브레인

스캐터브레인 웹사이트 제작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커뮤니티의 형성이었다. 물론 이미 꽤나 큰 음악커뮤니티가 몇몇 존재하고 있지만, 특정 장르의 편중현상이 강했고, 게시판 중심의 커뮤니티는 트위터나 미투데이같은 마이크로 블로그가 중요해지는 21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Buddypress라는 소셜커뮤니티 플러그인을 탑재한 스캐터브레인이다.

기술적인 설명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말해봤자 모르잖아), 스캐터브레인 커뮤니티에서 주민들이 뭘 할 수 있는지만 설명하겠다. 기본적으로 당근 게시판은 있고, "나의 활동"이라는 나만의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일종의 자신의 트위터 페이지와 비슷한 개념으로 자신만의 공간에 하고 싶은 말을 떠들고, 또 다른 사람이 떠들어 놓은 것에 놀러가서 댓글을 달 수도 있고 그렇다. 이렇게 친해진 사람들끼리 친구를 맺을 수 있고, 쪽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이게 '일종의' 트위터 같은 게 아니라 설정-Tweetstream에 들어가면 본인의 트위터 계정과 연동도 가능하다. 무슨 말이냐면, 스캐터브레인에 쓴 글이 트위터로도 가고, 트위터에 쓴 글이 스캐터브레인으로도 온다는 말이다. 아 졸라 감동적인 싱크로나이제이션 테크놀로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웹진에서는 기사에서 덧글과 덧글의 덧글이 가능하며, 기사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커뮤니티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스캐터브레인 사용설명서"를 참고하시라)

부디 많은 분들이 놀러와서 음악에 대해 떠들고, 친구도 만들고, 작업도 거는 그런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든 부담없이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3. 재미있고 유익한, 스캐터브레인

스캐터브레인은 웹진의 컨텐츠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할 것이다.

먼저, 글은 무거운 글이든 가벼운 글이든, 리뷰든 칼럼이든 간에 재밌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스캐터브레인의 생각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두려움을 느낄만한 어렵고 현학적이고 재미도 감동도 없는 글들은 스캐터브레인에서 배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글을 많이 싣고 싶다.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재밌게 두르는 글을 싣는다는 원칙이다. 대중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같이 즐기는 거다.

인터뷰에 대해서는 특히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할 것이다. 기존 매체의 아티스트 인터뷰에서 남발되어온 하나마나한 방식의 이메일 인터뷰는 취급하지 않는다. Q: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떤가?" / A: "기분이 좋다. 음식이 맛있다." 따위의 뻔한 이메일 인터뷰는 안 하겠다는 이야기다. 대화가 아닌 질의응답에 불과한, 본인이 직접 작성했는지도 알길이 없는 무미건조하고 개떡같은 인터뷰가 과연 인터뷰로 불릴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불가피하게 이메일 인터뷰(이메일 질의응답)를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전화 혹은 직접 인터뷰를 해 볼 생각이다. 그 표본은 스캐터브레인의 창간 초대형 시리즈물이 될 Sounds of New York이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또한, 인기있는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멋진 음악이라면 잘 알려진 아티스트든 지구 반대편의 인구 200명짜리 마을에 박혀 있는 아티스트든 마다하지 않고 발굴, 소개할 생각이다. 물론 국내외 가리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멋진 음악을 스캐터브레인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For the Love of Music, 스캐터브레인

"처음에 음악을 들었을 때 온 몸으로 느껴지는 그 '떨림'이 좋았다."

지난 2월 뉴욕에서 앤드류 W.K.Andrew W.K. 를 인터뷰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그렇다. 멋진 음악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물리적, 정신적인 떨림은 원초적이다. 거기에는 어떤 지식이나 거창한 이론도 필요없다. 그저 귀를 통해서 전달되는 그런 떨림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반복해서 듣게되는 거다. 그게 어떤 장르의 누구의 음악이건 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의 사회적 의미, 시대적 상황 같은 건 분명 중요하나, 부차적이다. 고대 원시부족들이 사냥을 하고 기쁨에 겨워 북을 치며 춤을 추던 그 떨림과 원초적인 즐거움이 음악의 핵심이다.

스캐터브레인은 그 원초적인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다. 음악의 의미도 좋고, 사회와의 연관성도 좋고 다 좋지만, 음악은 근본적으로 너무나 즐거운 떨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걸 다른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For the Love of Music, 스캐터브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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